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6년 10월 3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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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행사


제목 : 날지 못하는 밤의 새 - 카카포를 보다

  • 2008년 03월 21일 ~ 2008년 03월 22일
  • 서강대 메리홀
서울문화재단의 2008 젊은 예술가 지원프로그램에 선정 된 김혜숙 댄스리서치 그룹의 신작 ‘날지 못하는 밤의 새- 카카포를 보다’가 오는 2008년 3월 21일(금)- 22일(토) 양일에 걸쳐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공연된다. 소극장 실험공연, 갤러리에서의 설치미술 또는 영상 등 다양한 타 매체와의 소통을 끊임없이 실험해온 안무자의 이번 작품은, 소설가 류경의 소설작품 ‘카카포 앵무새를 보다’를 토대로 철저한 텍스트위에 몸으로 표현하는 움직이는 추상화가 될 것이다.

‘날지 못하는 밤의 새- 카카포를 보다’는, 일상의 풍요와 습관에 쇠뇌 되어 원초적 생명력과 사랑을 잃어버린 카카포라는 새의 삶을 통해, 사랑과 소통을 갈구하면서도 자신의 고독 속에 안주하는 현대인의 이중성-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작업이다.
카카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의 앵무새다. 천적이 없어 날아다니는 법을 잊어버린 카카포가 인간에게 묻어온 쥐라는 적을 만나 황량한 고산지대로 밀려나 적을 피해 어두운 밤 독립적이고 은밀하게 살아가는, 사랑을 나눌 때도 은밀한 별도의 공간에서 밀회를 하며 거주는 철저하게 개인공간에서 홀로 산다. 그러한 카카포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거대도시에서 소통의 문을 닫은 채, 진정으로 사랑할 대상도 의지할 대상도 찾지 못하고, 단자화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

안무가 김혜숙은, 이화여대 무용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마사그라함, 엘빈 에일리, ADF 등 다양한 해외연수와 프랑스 일본 중국 및 국내의 활발한 공연 활동을 통해 ‘신진예술가(한국문화예술진흥원/2002, 2005)’, ‘평론가들이 뽑은 젊은 안무가(2004)’로 선정 되었으며, 한국현대무용협회 주최 ‘최고무용가상(2005)’, 현대미학사가 수여하는 ‘PAF 춤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계원 예고, 서울 종합 예술 전문학교, 단국 대학교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김혜숙댄스리서치그룹은, 자유로운 작업방식을 추구하는 동시대의 프리랜서 댄서들로 구성된 자발적 모임의 작업단체로서, 각각의 개성이 존중되면서 공존할 수 있는 안무 방식을 연구하고자 하는 단체이다. 현대인에게 주어진 삶의 철학적 과제를 새로운 구성형식과 표현방법에 도전하여 다각적 실험의 시도를 통해 감각적으로 조형해 가는 단체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기보다 매순간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언가에 충실히 빠지고자 하는 방식의 작업을 추구한다.


주요제작진
안무 : 김혜숙 (39, 김혜숙 댄스리서치그룹 대표)
출연 : 안영준(34, 한국예술종합하교 창작과 전문사 졸업, 프리랜서 무용가) / 김수정 (34,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경희대강사, 프리랜서 무용가) / 김준기(30, 아지드 무용단 단원) / 최원석(27, 한양대 무용과 졸업, 프리랜서 무용가) / 김혜숙
대본 : 류경 (43, 소설가)
음악 : 류한길 (33, 작곡가)
무대미술 : 김미효 (40, 조형예술가)
조명 : 용선중 (37, 퍼포먼스 디자이너 그룹<PLOT> 대표)
의상 : 최인숙(프리랜서 의상 디자이너)
인쇄디자인 : 문석환(39, 디자인 탄츠 대표)
기획 : 서정림 (43, 공연기획 Lim-AMC 대표)


작품 주제 및 의도

작품제목에 나오는 카카포는 날지 못하는 앵무새이다. 이 작품에서 카카포는 중층적 알레고리로 표현된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도시인의 삶에 드리워진 비극적 일면을 카카포 앵무새를 통해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사회는 무수한 이질적인 것들의 혼종이다. 불안한 심층심리는 초월적인 어떤 것을 희구한다. 자신의 원초적 생명력을 잃고 어둡고 황량한 산기슭에서 혼자 웅크리고 앉아 '궁궁궁.. 둥둥둥..'대고 있는 카카포 앵무새의 존재는 방향을 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으며, 누구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다.

이번 실연되어질 작품은 최종적으로 완성되어질 "카카포 앵무새를 보다"라는 작품의 전체 안무 시놉시스 중 가장 핵심 부분인 제4장' 날지 못하는 밤의 새-잃어버린 시간들'을 보여 주고자 한다.

자신만의 파라다이스에서 사랑을 나누며 행복했던 시간들을 잃어버리고 인간을 만나 그들에게서 묻어온 쥐들에게 쫓겨 춥고 음산한 고산지대로 밀려난 카카포 앵무새는, 쓸모없어진 날개로 뒷짐을 지고 기우뚱 기우뚱 어둠이 내린 땅을 걸어 다닌다. 카카포는 다른 조류와 달리 알을 매년 낳지 않는다. 종족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명제는 이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먹이가 귀한 척박한 산의 고지대에서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원초적인 생명력을 잃어가는 도시 현대인의 삶과 유사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짝을 맺지 않는 현대의 젊은이들, 경쟁사회에 내몰려 자식을 낳지 않거나 '섹스리스'로 살아가는 부부들을 연상시킨다. 카카포가 사는 황량한 잿빛 고지대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의 방식과 이들이 사는 회색빛 도시, 시멘트 빌딩, 아파트 숲과 같은 공간이다.

이 안무 작업에 있어서 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현대인에게 주어진 삶의 철학적 과제를 카카포를 통해 진솔한 춤의 언어로 풀어가는 작업, 그리고 새로운 구성형식과 표현방법에 도전하는 다각적 실험의 시도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매순간,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무언가에 충실히 빠지는 살아있는 경험 그 자체이다. 이것이 춤의 본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이 작품은 무대장치의 장식성과 시각적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 감각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며, 간결하고 명료한 춤의 언어와 강렬한 내적 표현의 에너지들이 단순함과 복잡함을 오가는 진자운동처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상호 작용하고 혼합되어질 요소들(- 통로/폐곡선/긴장/무게감/ 다급함/ 걷기/떨어짐/기우뚱기우뚱/시멘트/회색빛/소리 등)간의 경계와 틈새의 날카로운 표현들을 찾아 배치, 조합, 발전 시킨다.

또한 몸의 에너지가 이끌어내는 소리와 그 움직임, 빛 등의 시간적 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관계, 즉 소리와 어둠, 움직임과 소리등의 결합과 충돌 다양한 반응들을 실험적으로 이끌어내어 불규칙적이고 우연적인 장면의 이미지를 창출하고자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구성형식면에서의 컨셉은 최소화된 간결한 형태미다. 그 간결함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지만 그 속에는 경청을 요구하는 절박함과 금새라도 폭팔할 듯한 강렬한 내면의 에너지가 있다.

지쳐서 떨어져 나간 몸, 어둠속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몸, 차갑고 메마른 껍질같은 몸이 여전히 이 공간에 있는 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구를 찾으려 한다. 계속적 시도의 반복적 실패는 결국 최소화된 움직임의 형태로 귀결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의 기획에 있어서 의미있는 것은 소설가 류경과의 만남이며,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긴밀하게 서로의 작업에 영향을 주고 받아 "카카포 앵무새를 보다."라는 작품을 보다 많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제작진과 무용수들간의 깊은 신뢰성을 바탕으로한 열정적 작업이 진행될 것임을 확신하며 , 그 과정 자체가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그 과정을 최대한 즐겁게 가고자한다.


작품내용

밤의 기슭에서 울고 있는
(이 도시의) 모든 카카포들에게

1
날지 못하는 밤의 새, 카카포.

카카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앵무새다. 뉴질랜드에 백인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번성하여 그 섬의 주인이었다. 섬에는 천적이 없었고 먹이가 풍부했다. 굳이 힘들게 날 필요가 없었다. 카카포는 나는 법을 잊어갔다. 날개는 그대로 있지만 비행 근육은 퇴화해갔다.
인간에게 묻어온 쥐들이 공격해왔을 때 카카포는 날 수 없었다. 공격당해본 적이 없으므로 공격할 줄 몰랐고, 누군가 자신을 해친 적이 없으므로 도망칠 줄 몰랐다. 카카포는 쥐들에게 쫓겨 황량한 고산지대로 밀려났다.
현재 86마리가 살아남아 있다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초록 깃털이 신비로운 이 새는 밤에만 움직이는데다 독립적이고 은밀해서 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카카포는 암수가 서로에게 매여 있지 않다. 사랑을 나눌 때도 이성을 집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카카포는 은밀한 곳에 집을 짓고 혼자 산다. 밀회 장소는 따로 만든다. 사발 모양의 흙구덩이를 파고, 덤불 사이로 암컷이 오는 길을 닦아놓는다.
수컷은 밤이면 구덩이에 나와 앉아 궁 궁 궁 울면서 짝을 기다린다.
하지만 암컷은 나한송 열매가 붉게 익을 때만 찾아온다. 그 열매는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나한송 열매가 익을 때 암컷은 35㎞의 밤길을 걸어 수컷을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그 길을 다시 걸어서 자기 둥지로 돌아가 버린다.

고산지대의 바위 절벽 위, 마지막 수컷이 땅을 파놓고 밤새 울어대며 짝을 불렀다.
궁 궁 궁…… 둥 둥 둥……
카카포 울음소리는 밤공기를 타고 어두운 골짜기에 메아리쳤다. 그 소리는 마치 심장박동 소리 같았다. 고요한 밤에 홀로 깨어 있는 사람이 듣는 자기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
울음소리는 너무 낮은 음역이어서 귀에 울리기 전에 몸에 먼저 울리고, 뼈에서 느껴졌다. 깊은 밤, 높다란 바위 절벽 위에서 사랑을 부르는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고독을, 어긋난 사랑과 이루지 못한 꿈을, 뼛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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