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작
『남색끝동』(1994) 『동천』(1994) 『울음이 타는 강』(1994) 『나비여행』(2000) 외
춤을 알기 때문에 춤추기가 더 힘들다. 그저 감흥대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 그건 몸짓일 뿐. 한국무용가 원필녀가 시도하는 춤은 단순한 몸짓만들기가 아니다. 무대 위의 드넓은 공간을 미학적·기하학적으로 가르는 구성작업이다. 어찌보면 건축작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과학적이다. 원필녀의 한국창작춤 『나비여행』은 특히 그렇다. 5년만에 준비한 개인공연인데 몸에 젖어있는 한국춤을 작곡가 황성호의 현대음악에 맞춰 집짓기하듯 입체적인 구도로 안무했다.
『나비여행』(부제-허행초 둘)은 ‘비워내기’를 위한 모음곡이다. 부제가 암시하듯 이국의 낯선 거리를 이리저리 떠돌며 자신을 반성하고 마음을 비우는 작업, 즉 허행(虛行)의 아름다움을 춤으로 보여주는 무대다. 장자가 꾸었던 나비꿈이라고나 할까. 무대에 펼쳐지는 춤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시한다. 1부에선 ‘나’를 채우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이 펼쳐진다. 배경은 프랑스 남부지방 몽셀 미셸의 풍광을 상징하는 무대장치. 기존의 한국춤에 색다른 분위기가 얹혀진다. 2부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순환이치에 따르려는 안무의도가 역력히 나타난다. 어차피 사는 게 아픔일바에야. 원씨의 춤에 맞춰 공연장에 퍼지는 구음은 원씨의 남편인 원로무용가 최현씨의 소리다. 최씨는 비워버리기의 과정을 구음만으로 처연히 묘사하는데 꺾어지는 음절이 춤사위를 절절이 살린다.
-유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