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립무용단의 배정혜 단장은 젊은 안무자를 발굴,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지도위원인 윤상진에게 『마지막 바다』 안무의 기회를 부여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보여주었다. 작품성의 측면을 면밀히 분석하면 다소 아쉬운 측면도 없지 않지만, 윤상진은 젊은 안무자답게 새로운 안무방식을 구사함으로써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마지막 바다』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을 소재로 한 서사적 성격의 대형 창작무용극이다. 그러나 작품의 초점은 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전장에서 느껴지는 이순신의 고뇌와 갈등을 인간의 내면적 심리묘사에 치중하고 있어 주인공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토리텔링이 아니면서도 내용이 매우 용이하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그는 기존의 무용극에 있어 모범적 안무방식으로 통용되는 줄거리 나열식을 과감히 접고 이미지와 상징화로 작품을 전개했다.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 일사분란하면서도 스펙타클한 군무, 새로운 동작개발을 통한 현란한 춤어휘를 도출함으로써 대형 창작무용극의 새로운 지평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바다』를 위해 그는 외형적으로도 많은 예술적 모험을 감행했다. 중국 무용계에서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는 류복향, 류징 등 객원무용수를 수혈하고 또 국내 최고의 현대무용수로 불리는 이윤경과 김수현을 발탁하는 등 외부 캐스팅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다.
안무자가 아무리 신선하고 훌륭한 발상을 한다해도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조직의 결단이 없다면 새로운 예술적 실험은 달성되기 어렵다. 이번 안무를 맡은 윤상진이 거둔 예술적 성과는 배정혜 단장이나 극장측의 배려없이는 결코 쉽게 달성될 수 없는 시도였다고 본다. -성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