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계열의 몇몇 출연작과 자신의 창작무대에서 조선 여성을 연상시키는 차분한 빛깔을 찾아보게 된다. 이른바 창작춤에서 대전제가 되는 한국적인 것 가운데 은혜진이 착안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꼭집어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러나 은연 중 나타나는 일관된 정서에서 체화되는 가지런한 분위기는 그가 가진 큰 자산이라 생각된다. 현대화의 관점에서 창작춤을 인식할 때 현대에 중점을 두는 세태는 자칫 토착적인 것을 소외시키는 불균형을 자초할 수 있다. 이를 관념적으로가 아니라 ‘체질적으로’ 상쇄할 특점은 은혜진의 일상적인 태도뿐 아니라 우리 문화의 깊은 맛에 이끌리는 미감, 사석에서 이모저모 이야기하는 미적 애착심에서 발견된다. 근본이 서면 흔들림도 없을 터이다.
그에게서 한국 문화에 대한 심호흡은 더 연장될 것 같다. 그의 소품들은 순간의 감정을 소재로 띠우면서도 들뜨지도 날리지도 않는다. 좀 오랜 시일을 두고 우리 춤의 요체를 붙잡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순간의 감정이 영속적 인상으로 연장되어야 할 바도 없지 않으나 춤 감정과 밀접한 숨쉬기 훈련을 모색하는 작업은 진중한 춤대를 기대하도록 한다. 현대를 빙자한 가벼움, 그것을 가라앉힐 힘은 뿌리깊은 지구력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 김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