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6년 10월 3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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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재 李淑在
출생 : 1945년
학력 : 이화여대 무용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뉴욕대 대학원 무용과 졸업, 건국대 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마사 그레이엄 스쿨, 아메리칸 댄스 스쿨, 머스 커닝햄 스쿨, 라반 스쿨, 뉴욕 컨서바토리 댄스 스쿨(1984-90), Center De Dance Du Marais(1988, 프랑스), Laban Center for Movement and Dance(1989)
경력 : 일본 여자체육연맹 주최 창작 무용워크숍(1989), 오리다 가츠코 썸머 워크숍(1991), 뉴욕대 썸머워크숍 참여 및 공연(1991, 뉴욕대), 일본현대무용협회 초청 워크숍 및 논문발표(1996), 밀물현대무용단 이사장, 한국무용협회 이사. 사)한국현대무용진흥회 부이사장, 한국현대무용협회 회장 역임. 현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1984-)
수상 : 제6회 코파나스상(1989),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최우수 예술가상(1991, 『홀소리 닿소리』) , 제2회 「대구무용제」(1992), 제15회 「서울무용제」 대상(1993), 문예진흥원 해외연수 수혜(1994, 일본 무용계 견학), 제3회 이사도라 예술가상(1997,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주최), 제1회 PAF 예술상(2000, 현대미학사), 한양대 주최 공로상(1993), 문화체육부 장관 표창(1995), ‘모교를 빛낸 공로동문상’ 수상(1998, 경북여고), 행정자치부장관(김기재) 표창(1999),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2000) , 최우수 교수상(2001, 2002, 한양대 주최), 제25회 실천부문 외솔상(2003, 외솔회) 외


작품활동
안무작
『세 개의 움직임에 의한 하나』(1985) 『빠른 시간 속의 빈터』(1986) 『갇힌 바람들의 노래』(1986) 『기류』(1987) 『망초꽃 하나』(1987) 『달리는 힘들』(1987) 『두꺼운 정적을 깨고』(1987) 『두 개의 힘』(1987) 『만남을 위한 분열』 『다시 하나로』(1988) 『태초의 소리』(1988) 『흔들리기 위하여』(1988) 『젊음에게』(1989) 『흐르는 시간의 중심에서』(1989) 『우리들의 이야기』(1989) 『얼굴 바꾸기』(1990) 『침묵하는 산』(1990) 『무명저고리』(1990) 『벼랑』(1991) 『홀소리 닿소리』(1991) 『한솔이어라』(1992) 『운명의 힘』(1992) 『해빙』(1992) 『내가 네게로』(1993) 『신용비어천가』(1993) 『한글기행』(1995) 『550- 한글누리』(1996) 『뿌리깊은 나무』(1997) 『세종은 오늘도 잠들지 않는다』(1997) 『한글, 그 가상 공간 속으로』(1998) 『땅울림1999』(1999) 『한글, 새천년의 꿈』(1999) 『한글춤 2000』(2000) 『한글춤 2001 새천년-꿈의 날개』(2001) 『춤추는 한글』(2002, 2003) 외 다수
한글이란 소재를 갖고 춤으로 만들어,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새로운 각도에서 시도한 밀물무용단의 작업이 벌써 13년째를 맞았다. 밀물은 그 같은 공로로 예술감독인 이숙재 교수가 ‘외솔문화상’을 수상했다. 전통있고 어떤 측면 완고하기도 한 국어학계가 그 같은 상을 무용인에게 주었다는 것은 매우 이색적이고 특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홑소리, 닿소리』(1991), 『한솔이어라』(1992), 『신용비어천가』(1993), 『한글기행』(1995), 『한글누리-550』(1996), 그리고 『세종은 오늘도 잠들지 않는다』로 이어지고 있는 이 작업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작 깊게 성찰해보지 못한 한국적 소재의 발견, 더불어 한글창제와 연관된 일관성 있는 춤의 주제를 이끌어내면서 오늘의 현대춤의 모습을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사회계층들에게 대극장적 공연 형식을 빌어 진술하고, 직접적인 현대춤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한 예술춤의 성취와 또 다르게는 대중성의 확보 -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취하는 성과를 가졌다 할 수 있다. 특히 이 공연이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16지역 -창원, 마산, 진주, 울산, 대구 등-을 순회하는 형식으로 우리 현대춤의 내륙화 작업을 통한 춤의 대중성 확보는 더 강화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나는 1991년부터 시작된 이 춤작업을 줄곧 지켜보면서 대개의 목적성을 갖는 춤공연들이 실패하게 되는 그 지점들을 이 공연의 형태들은 이상하게 잘 극복하면서, 또 고집스럽게 하나의 미학을 추구해가는 일관성을 눈여겨봤다. 그것은 몇 차례에 걸쳐 내가 언급한 바, ‘추상적 총체무’의 미학적 추구라 할 수 있는데, 현 춤계 안에서도 이 영역의 개척은 밀물무용단의 작업이 거의 유일하다고 본다. 우선 움직임의 측면에서 이숙재의 안무는 어떤 의미를 애써 덧붙이거나 삽입시키지 않는다. 춤은 많은 경우 기교 전시적이거나 곡예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설명이 필요없으며, 이것은 때론 매우 조형적(造型的)이어서 한글이 한자와 다르게 갖고 있는 ‘직접적이고도 즉물적인 형태성’과 묘하게 대응하여 간다. 1996년의 『한글누리-550』에서나 여타의 작품에서 무용수들의 굴곡되거나 각진 신체선과 볼륨을 이용하여 한글의 글꼴을 거의 완벽하게 형상화해본 것은 그런 시도의 하나라 할 수 있고, 여기서 우리는 역(逆)으로 예기치 않게 그런 작업을 통해 한글이 가진 ‘형태주의적’ 그리고 ‘구축주의적’(자음과 모음의 결합시)인 미학을 확인하게 된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밀물현대무용단의 작업은 어느 한글학자나 혹은 한글을 이용하여 여러 조형물을 만들거나 그것의 형상미를 탐구하는 연구자가 충분히 인식하지 않고 있었던 한글문화의 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입증하듯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현대의 형식(혹은 형태)주의적 미학이나 구축주의적 미학(construction)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글의 현대성’을 보여주는 면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안무자는 거의 매번의 공연시 무용수의 움직임과 함께 장치의 이동, 전자음향(악)의 사용, 예각적인 조명 및 영상을 사용하여 공연을 일종의 ‘다매체적’ 표현방식의 결합장과 같은 곳을 만들기도 한다. 한글창제 546돌 기념 세종문화회관에서 벌어졌던 『홀소리, 닿소리』(1992) 공연에서 조명디자이너 이상봉이 시도한 회전 조명 및 한글 글꼴과 닮은 추상적 도형의 슬라이드 투사, 그리고 『한글누리-550』에서 영상작가 김동중의 극장기술적 뒷받침은 이 공연을 매우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현대춤의 한 실험장과 같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은 관객들에게 오늘의 한국 현대춤에 대한 존재인식에서 더 나아가, 그것의 변화와 발전을 실제로 목격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또한 우리의 한글문화가 가질 수 있는 현대성 ‘과거의 문화유산만이 아님’을 선연히 제시하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중국 한자문화의 풍요로운 의미성에만 탐닉, 한글문화의 단조로움과 잠재성을 아직 덜 깨닫고 있는 이들에게나, 시장개방과 문화개방에 의해 무지개빛으로 채색, 선전되고 있는 국제주의에 함몰, 자문화(自文化) 유산의 귀중함을 모르는 이들 모두에게 하나의 ‘문화적 각성’을 일깨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오늘의 극장예술로서의 현대춤의 양식뿐만 아니라 이 땅의 많은 문화적 형태는 이중이 아닌, 삼중(三重)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 하나는 어떻게 하면 국제화와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자국문화의 고유한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창조물 속에서 간직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며, 그 둘은 그 활용과 보존에 있어서 결코 과거지향적이 아닌 미래지향적 진취성과 어떻게 어울리며 교합(交合)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마지막 그 셋은 작품을 창조하는 자 뿐만 아니라 그것을 향수하고 수용하는 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즉 창조/향수가 단순 채널이 아닌 다채널로 이뤄지면서, 특히 수용자의 경우, 수준있는 문화물의 향수에 의한 자신들 삶의 내적인 질(質)이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예술작품은 감상하는 이에게 일방적인 소외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 혹은 문화에 대한 인식증대와 이해의 증대, 더 나아가 어떤 문화적 각성(혹은 성찰)을 이뤄주는 매개체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한글과 그 창제를 둘러싸고 그것을 극장춤으로 옮긴 안무자와 밀물무용단의 작업이 모두 성공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매체를 활용한 추상적 총체무를 지향하면서, 특히 이 무용단이 「서울무용제」 대상작인 『신용비어천가』(1993)에서 극장춤으로서 필요한 상징성을 확보하고 이어 댄서들의 기교의 증대에 따른 농밀한 앙상블을 구축, 현대춤의 수용층을 다변화시키고 성공적으로 확대시켜 간 것은 우리 90년대 예술춤의 한 인상적인 노력이면서, ‘하나의 화살’(춤 공연)로서 적어도 세 개의 포획물(자문화의 주체성, 현대성, 대중화)을 겨냥한 일련의 뜻깊은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
덧붙여 이 공연들과 더불어 밀물현대무용단은 독자적인 컬러와 위용을 갖춘 90년대의 대표적 현대무용단으로 부상했으며, 그간 춤 작업의 주역들 유정재, 김은희, 이해준, 이보영, 이경은, 정헌재 등은 이제 하나의 춤집단으로 성장했다. 끝으로 우리 것에의 믿음과 예술의 대중화를 90년대 벽두부터 우리문화의 두 지향점이라고 보았던 나의 생각이 어느 일면 밀물현대무용단의 작업을 통해 현시되고, 또 부분적으로 성취되고 있음을 본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 있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2002년의 『춤추는 한글』 공연은 그간에 해왔던 한글 창제의 의미와 그 글꼴의 상징성을 음미하는 것과 오늘의 한글문화가 처하고 있는 문화적 환경, 그 두 가지로 나누어 공연이 되었다. 그런 전반부를 ‘춤으로 보는 한글’, 후반부를 ‘소리로 듣는 한글’이라 각각 칭한 가운데, 전반부는 기존의 공연을 바리에이션하면서 그 길이를 상당수 줄이고 있었고, 반면 후반부는 젊은 세대의 풍속도를 이벤트 형식으로 반영, 한글문화가 젊은 세대층의 삶의 패턴의 변화에 의해 일부는 왜곡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한국문화와 한글문화는 결코 안정된 기반 위에 서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 것 속에서 숨은 미덕과 정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용적으로 사용할 때 한글의 문화적 가치와 창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 창제의 ‘의미 되씹기’와 그것의 ‘창조적 변용’은 끊임없이 시도되어야만 할 것이다.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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