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6년 10월 30일 금요일|
로그인  회원가입
[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지언 李知彦
출생 : 1971년 경남 마산
학력 :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경력 : 웃는돌무용단 수석단원(1994-1999), 육십나무무용단 창단(1999-, 이순 공동대표), 현 민족춤위원회 기획위원
수상 : 「네 번째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선정(2001, 『언덕에 서 보았다』), 문예진흥원 창작예술지원선정(2003)


작품활동
출연작
『신화(1996)』 『뛰는 사물』(1997) 『숲으로 가서 사랑하여라』(1999) 『강을 건너다』(이순 안무, 2000) 『물무늬 혹은 그림자』(2000) 『유화산 중력』(2000) 『FAM FAM-소리미로』(2003) 외
안무작
『스물 다섯 구름』(1995) 『녹음방초 시화승』(1995) 『입』(1997) 『지·공산명월』(1997, 이순 공동안무) 『려산진면목』(1999) 『본능, 사람을 먹다』(1998, 이순 공동안무) 『숲으로 가서 사랑하여라』(1999) 『목어』(1999) 『최초의 인간』(1999, 2000) 『사람의 땅』(2000)『휴화산 중력』(2000) 『불연·기연(不然·其然) 『아니다 그렇다』(2000) 『원초적 인간』『씻김』(2000) 『바다에 죽다』(2000, 이순 공동안무) 『언덕에 서 보았다』(2001) 『움직임에 관한 에로틱』(2001) 『목어 Ⅱ』(2002) 『자유의 탱고』(2002) 『지·공산명월 Ⅱ』(2003) 『이화(梨花)』(2003) 『사람의 정원』(2003) 『혼자 추는 춤-파두(波竇)/Fado』(2004) 외
예로부터 이르기를 행동과 말은 곧 그 사람이라 하였거늘 춤 역시 그러할진대 이지언의 춤은 숙성한 맛이 있어 그를 눈여겨보도록 한다. 저 깊은 속내에서 나오는 듯한 한 사위, 한 사위의 뻗침과 내두름은 진중하며 정갈한 감을 주곤 한다. 게다가 차분하며 속이 굿굿하다고나 해야 할지 그간의 작품 경향을 상기하자면 상당히 느긋한 편이다.
1994년도에 덴마크에서 이지언을 보았다. 홍신자씨가 덴마크 현대무용제에 초청받았고 강송원, 이은규, 이순 등과 더불어 그녀는 거길 왔었다. 그 후 「죽산국제예술제」를 참관하자니 그녀는 거기서 기획진을 돕고 작품에 출연하는 등 2년전까지 살림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1997년도 「한일댄스페스티벌」 동경전에 초청받은 이순이 시어터 가이에서 공연했을 때, 그녀의 춤도 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죽산 웃는돌무용단에서의 5년을 제하면 이지언은 다른 춤집단에서 활동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순과 함께 육십나무무용단을 차린 것도 근래의 일이라 실적이라고 내세울 건수마저 소략하다. 되면 하고 안되면 마는 처사(處士)식의 의식은 그들의 창작이 소극장 위주로 단촐하게 이뤄지도록 작용하였다. 그러던 차에 2000년도에 그녀는 일을 내었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남미경제기구의 지원으로 크게 열린 「메르꼬수르 공연예술제」에서 이순과 함께 공연한 『원초적 인간』이 그곳에서 주목을 끌었다 한다.
이순 없는 이지언을 상상키는 쉽지 않다. 대부분 이순과 함께 했던 작품들은 움직임이 절제 담백하다. 가끔 몇 동작만으로 작품을 펼쳐내는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들의 민족춤제전 출품작은 『본능, 사람을 먹다』(1998), 『최초의 인간』(1999) 두 작품이었다. 표제 그대로 작품들은 한결 같이 문명의 더깨를 털어버린 인간상을 담고 있었다. 가식이 들어설 여지는 없었으며 움직임의 중심을 이룬 것은 몸통이었다. 이지언의 작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몸통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완만한 곡선으로 늘여뜨린 팔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더듬는 움직임을 인상깊게 보여 주었고, 『기연·불연』(2000)에서는 한 지점에 머무른 몸통에서 퍼져 나오는 전율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춤꾼들 간의 접촉이 무르익을 때가 되면 이지언은 한, 둘의 춤꾼과 서로 엉켜 몸체를 뒤섞는 과정을 연출하곤 하였다.
이와 같이 무의식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춤태는 본능, 원초적 인간, 공산명월, 려산(麗山; 아름다운 산), 숲 속의 사랑처럼 그간의 다소 유토피아적인 춤 소재와 무관하지 않은 바, 그녀의 안빈낙도형의 세계관이 춤 메소드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 믿어진다. 그녀의 작품들에서 관객들은 그간 자연계로 함께 침잠하는 체험을 경험하였음직하고, 아마 생체춤이라 명명해도 좋을 작품들에서 춤 소재보다는 가식없는 움직임이 표출해내는 자연스런 몸의 질감이 그러한 체험을 명료하게 만든 주요인이라 하겠다.
듣건대 춤을 발레로 시작했건만 자기 춤을 세워야 할 나이에 이르러 이지언은 발레를 씻고 여러 춤을 섭렵하며 다양한 체험을 쌓은 줄로 안다. 아직은 자기 춤, 즉 그만의 한국식 현대춤을 모색하는 과정에 놓인 듯이 여겨지고 우리 춤의 정수를 더 익혔으면 하는 바램도 있는 줄로 알지만 그렇게 모색하는 와중에서도 다른 기법을 닮아낸다거나 그에 안주한다는 인상은 전무하다. 그간에 더러 선보인 작품들에서는 자연과의 교감, 인간의 본능적 모습, 낙원 동경과 같은 명제가 집중적으로 드러났으며 창작 과정에서도 특정 기법의 응용을 우선하기보다 춤의 명제가 현장의 기법을 구체화시키는 방법으로 기울어져 온 것으로 판단되어 자기 춤의 세계로 향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축을 확보한 것 같다. 이러기까지 홍신자의 죽산 웃는돌 센터에서의 활동과 수련, 이순과의 공동작업이 그 춤 편력에서 막중한 지침이 된 것도 서둘지 않고 창작에 임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느긋이 독자노선을 탐문하는 그의 모습에서 언젠가는 대기만성이랄까 그런 것을 바라고도 싶지만 이보다는 말과 행동이 춤과 일치하는 쪽으로 심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우선일 터이다. 삭여진 춤태 속에서 간간이 비치는 현대적 감성은 그의 특유의 자산이라 하겠다. 과거와 현대를 구별하지 않고 마치 산 위에서 저 멀리 살피듯 넓은 시야에서 두루 수용하며 사람을 노래하려는 이 춤꾼은 지금도 누구와 사귀며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 김채현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