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작
『광대별곡』(1993, 정귀인 안무) 『아버지의 나라』(1995, 김형희 안무) 외 다수
안무작
『Triple』(1996) 『파트너』(1996) 『생의 새벽』(1996) 『폭포』(2001) 『길잃은 날』(2002) 『강』(2004) 『새벽』 『상자 속의 아버지』 『향수』 『수요일』 『하늘새』 『선물』 『속도와 공간』 외
임현미의 『폭포』를 서울에서 보았다.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이 서울 나들이를 했을 때였다. 임현미가 출품한 독무 『폭포』는 과묵한 가운데 열기를 머금었고 겉은 담백하되 내심 화창하였다.
1999년도 민족춤제전에 트러스트현대무용단은 몽골 전사 키야트의 회상담을 출품하였다. 실크로드를 질주하던 옛 영화를 못내 그리던 몽골 전사는 지금도 살아 있을 몽골 사람들의 정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였다. 키야트의 회상담을 이야기한 작품도 작품이려니와 여기서 춤꾼들의 몸 쓰임새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곤 하였다. 그 속에서 임현미도 그날의 전사로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후 간간이 보이던 임현미는 『폭포』를 들고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에 출정하였다. 『폭포』는 춤꾼 임현미의 독무작이다. 언뜻 보기엔 소박한 구조의 소품으로 여겨질 만큼 단순한 구도로 이어진 작품이다. 게다가 결말부라곤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 세례를 서서 견디는 모습으로 무대가 암전하는 것으로 끝나니 상식적인 작품이라는 인상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상식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몇 군데의 기복은 이미 상식을 정지시키고 있었다. 내려 쏟는 폭포는 곧은 소리의 은유이며 한참 배회한 다음 춤꾼은 세속을 떨구고 폭포수에 몸을 내맡긴다. 대나무 한 그루 옆을 지나 다소곳이 느린 걸음으로 서성댈 동안 춤꾼은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양다리를 최대한 벌려 몸통을 숙여가며 양팔을 쭉 뻗어 앞으로 혹은 옆으로 휘날리는 동세는 상체와 하체를 각기 극대화시킨다. 이들 자세로 빠르게 진행되는 전진 후퇴 정지 동작들은 온몸의 터져나오는 이미지를 감지하도록 유도하였다. 명상적인 배회, 장대한 진폭 그리고 폭포수 속의 몰입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틀거리는 평범함을 넘어선 간단명료함을 비축하고 있었다.
신인이면 대체로 발표 회수가 소략해서, 임현미의 경우도 몇 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인상뿐 아니라 작품은 간결하며 단단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임현미의 특장점이라 하겠다. 세부 기교의 잔가지를 쳐내고 굵은 선으로 그어대는 임현미의 시원스런 필치는 현대무용 장르에서 유별난 표현으로 연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김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