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 2003 「신인무용가의 밤」에서 오랜만에 근성있는 한국춤의 신인 안무가 한 명을 건졌다. 정진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난 해우소에서 먹는다』라는 다소 이색적인 작품을 안무했다. ‘해우소’란 절의 뒷간을 말하는 것으로 원래는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작품에서 정진용은 해우소의 원뜻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져 간 해우소의 변천을 주목하고 있다.
이 작품은 화장실의 변천사를 형상화했는데, 푸세식에서 좌변기 거기서 또 비데로 변화한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까 작품 초반부는 재래식 화장실의 전형을 이루는 푸세식 화장실에 얽힌 여러가지 해프닝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중반이후는 현대 화장실의 변화된 모습을 추적한다. 현대의 화장실은 용변을 보는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마약, 섹스 등 온갖 변태적인 행동들이 서슴없이 행해지는 타락의 공간임을 놓치지 않는다. 여기서 안무자는 첨예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철저한 고발자로 변신해 있다.
그의 『난 해우소에서 먹는다』는 다음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한국춤 고유의 성격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소재의 다양화와 주제에 걸맞는 독창적인 움직임의 개발, 그리고 마임연기와 판소리 창자를 통해 표현의 영역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신인다운 참신한 발상과 과감한 실험을 높이 사고 싶다. -성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