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무용단의 『돌의 거울』이 끝났을 때 꼭 어이없는 결말의 허무개그를 한편 본 느낌이었다고 말하면 조금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정혜진은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서사무용극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 이 작품에서 돌은 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청나라의 침입에 대항해 민초들이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지은 산성의 축조과정을 태극권을 응용한 힘찬 춤사위와 우리 춤의 유연한 호흡으로 그리겠다고 했다.
그는 ‘성을 쌓는 것은 바로 신뢰를 쌓아 가는 미래의 이미지’라며 ‘산성 축조과정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미시적으로 보여주고, 그안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보면서 어떻게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라고 안무의도를 설명했다.
춤 동작은 그의 구상대로 만들어졌다. 성을 쌓는 과정을 표현한 여성춤은 발을 땅에 탄탄하게 붙인 채 상체의 움직임을 위주로 한 맺고 푸는 동작으로 안정되게 구성했다. 성을 공격하는 청군은 검술과 무술의 동작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소 거친 남성춤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나머지는 그의 의도대로 객석에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는 작품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 하다가 소화불량을 일으킨 나머지 제대로 결말을 내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갑자기 등장, 무대를 좌·우·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할머니의 등장이다.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듯한 이 할머니는 살아있는 역사와 미래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 같다. 여성무용수들이 성을 쌓는 돌이라고 했을 때 이 할머니는 서의 가장 오래된 주춧돌이며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는데 갑자기 맨 마지막 장면에 이 할머니가 온 옷에 거울을 붙이고 등장했다. ‘돌의 거울’이 정말 ‘돌로 만든 거울’이라는 안무자의 설명처럼 보인다. 이와 함께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들어 절규하며 대미를 짓는 고씨의 몸짓은 마치 영화 「플래툰」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했다.
『돌의 거울』은 영상과 소품, 이야기와 감정, 다양한 아이디어와 해석이 가해졌으나, 결국 단체관람용 교훈극, 또는 목적극에 그치고 만 것 같다고 김승현은 평했다.